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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이 영화는 시작부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게 만든다. 전쟁이든, 조직 싸움이든, 혹은 개인의 내면 싸움이든 한 번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거칠고도 묵직하게 던지면서 시작한다. 자극적인 폭발이나 빠른 전개보다 그 전투가 반복되는 사이에 생겨나는 인간의 마모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싸움보다 더 무서운 건 싸움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순간 주인공은 끊임없이 전선으로 밀려난다. 위협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새로운 위협이 찾아오고, 휴식이라 부르기엔 너무 잠깐인 간격 사이로 무너지는 감정이 새어 나온다. 이 영화의 묘미는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 전투와 전투 사이에 찾아오는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주인공처럼 불안해진다. “또 뭐가 올까?” “이번엔 누구를 잃게 될까?” 그 불안이 영화를 지배한다. 총알과 폭발 소리도 있지만 결국 마음을 때리는 건 사람의 표정 흥미로운 건, 액션이 잔인한데도 정작 보는 사람을 가장 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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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


일렉트릭 스테이트
이 영화는 처음부터 묘한 정적이 흐른다. 세상은 이미 부서져 있는데 그 폐허 속에서 단 한 사람이 묵묵히 걸어가는 장면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서늘해졌다. 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소녀의 마음을 대신 걸어주는 존재였다 영화를 보면, 로봇은 대사도 적고 표정도 없는 존재인데 이상하게 감정이 있다. 소녀의 뒤를 한 발자국 늦게 따라오고, 때로는 위험에서 보호하려고 반드시 앞에 서고, 말없이 품어주는 듯한 몸짓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로봇을 기계라기보다 소녀가 잃어버린 누군가의 빈자리를 조용히 메워주는 존재처럼 느끼게 됐다. 폐허는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질감이었다 영화의 세계는 황폐하고 텅 비어 있지만, 그 배경이 단순히 무대장치로 느껴지지 않았다. 도시의 잔해, 부서진 도로, 끊겨버린 전선들… 모든 풍경이 마치 소녀의 마음속 상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과거를 잃어버렸거나 혹은 잃어버렸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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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알리타: 배틀 엔젤
처음 알리타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눈을 잊을 수 있을까?”였다. 기억을 잃고 깨어난 소녀인데 그 눈 하나만으로도 마음속 어딘가를 찌르는 힘이 있었다. 마치 한참 전에 잠들어 있던 감정이 갑자기 흔들리는 느낌이랄까? 이 영화는 그 눈빛 하나로 이미 절반은 먹고 들어갔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금방 마음이 기울었다 영화 시작은 조금 어색했다. 사람 같기도 하고 기계 같기도 한 알리타가 그 경계에 걸쳐 있는 모습이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녀의 행동을 따라가다 보니 낯섦이 매력으로 변해 있었다. 힘을 과시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서 움직이는 캐릭터라서 그랬던 것 같다. 세계관보다 알리타가 중심이었다 이 영화는 거대한 도시, 빈부격차, 기계와 인간의 구조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배경보다 알리타가 무슨 선택을 하는지가 더 궁금했다. 액션 장면이 화려하고 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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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혼란 속에서도 웃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영화는 총성보다도 인간의 허무함을 더 크게 들려주는 작품이었다. 뉴스 화면 속 전쟁은 언제나 비극적이지만 막상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상할 만큼 유머를 잃지 않는다. 그게 이 영화가 가장 잘 보여주는 모순이었다. 혼돈의 땅, 그러나 멈출 수 없는 삶 주인공은 처음엔 단순한 기자였다.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낯선 전쟁터에 발을 들인 순간 그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총소리와 폭발음 사이에서도 사람들은 웃고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곳에서 이상하게 생기가 피어난다. 그 불안정한 균형이 영화의 묘미였다. 유머가 생존의 언어가 될 때 이 영화의 웃음은 가볍지 않다. 그건 방어기제처럼 느껴진다. 지옥 같은 현실을 견디기 위한 유일한 언어다. 주인공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그녀는 농담을 던지고, 술을 마시며, 다음 날 또 카메라를 든다. 그 반복 속에서 삶이 얼마나 끈질긴지 보여준다. 끝까지 남는 여운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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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전


푼돈 도박꾼의 노래
가끔은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영화를 본다. 이번 작품이 그랬다. 콜린 패럴이 주연을 맡은 푼돈 도박꾼의 노래. 한때 그를 무척 좋아했었다. 단순히 외모 때문이 아니라, 그의 눈빛엔 장난기와 고독이 동시에 있었고 그 이중적인 매력이 늘 마음을 끌었다. 초반의 지루함, 그러나 서서히 스며드는 몰입감 영화의 초반부는 솔직히 지루했다. 심리극이라는 걸 알고 봤음에도 전개가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특히 현실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리듬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는 조금씩 나를 잡아당겼다. 콜린 패럴의 표정, 대사보다 깊게 스며드는 눈빛 하나가 지루함이라는 단어를 조금씩 지워나갔다. 그는 말수가 적은 대신 감정이 묵직하게 쌓여 있었다. 삶에 지친 듯한 몸짓, 무의미하게 던지는 한숨, 그 속에서 나는 그의 고독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푼돈 도박꾼의 노래가 던지는 메시지 이 영화는 도박이나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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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6일


컨저링: 마지막 의식
믿음과 공포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 시작부터 묘하게 달랐다. 기존 시리즈가 사건을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이번 영화는 워렌 부부 그 자체의 내면에 초점을 맞춘다. 1986년, 한 가정집을 찾은 두 사람의 얼굴엔 피로가 묻어 있었고 이번엔 단순한 퇴마가 아니라 그들의 삶 전체를 정리해야 하는 사건처럼 보였다. 신앙의 끝에서 마주한 공포 이번 사건은 단순한 악령의 출몰이 아니라 신앙이 흔들릴 때 사람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 같았다. 워렌 부부는 늘 믿음으로 맞서왔지만 이번엔 그것조차 부서진다. 그들이 마주한 존재는 단순한 악마가 아니라 자신들의 과거와 죄책감이 뒤섞인 그림자였다. 카메라가 그들의 얼굴을 비출 때마다, 나는 두려움보다 피로함이 먼저 느껴졌다. 악령보다 무서운 건 기억 스멀 가문의 집 안은 단순한 공포 세트가 아니었다. 벽지에 스민 속삭임, 문틈 사이로 새어드는 불빛, 모든 게 마치 워렌 부부의 과거를 비추는 거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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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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