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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작성자 사진: Manager
    Manager
  • 2일 전
  • 1분 분량

이 영화는 시작부터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게 만든다.

전쟁이든, 조직 싸움이든, 혹은 개인의 내면 싸움이든 한 번 끝났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라는 메시지를 거칠고도 묵직하게 던지면서 시작한다.


자극적인 폭발이나 빠른 전개보다 그 전투가 반복되는 사이에 생겨나는 인간의 마모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싸움보다 더 무서운 건 싸움이 끝났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순간

주인공은 끊임없이 전선으로 밀려난다.

위협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다시 새로운 위협이 찾아오고, 휴식이라 부르기엔 너무 잠깐인 간격 사이로 무너지는 감정이 새어 나온다.


이 영화의 묘미는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 전투와 전투 사이에 찾아오는 침묵이었다.

그 침묵 속에서 관객은 주인공처럼 불안해진다.

“또 뭐가 올까?”

“이번엔 누구를 잃게 될까?”


그 불안이 영화를 지배한다.


총알과 폭발 소리도 있지만 결국 마음을 때리는 건 사람의 표정

흥미로운 건, 액션이 잔인한데도 정작 보는 사람을 가장 흔드는 건 인간 관계다.

전장에서 만난 동료들 잠깐 웃던 순간조차 사치가 되는 현실, 서로를 지키려는 이상한 연대감


이 영화는 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와중에 잃어버리는 것들을 보여준다.

용기, 신뢰, 이름, 관계, 자존감까지


싸움은 계속되는데 사람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닳아간다.


끝없는 싸움의 끝에서 남는 건 승리도 패배도 아니다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나는 승패가 궁금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얼마나 버텼고 무엇을 지켜냈으며 어떤 감정을 끝까지 손에 쥐고 있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이 영화의 핵심은 싸움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싸움 속에서도 사람이 어떻게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 버텼는가였다. 그리고 그게 가장 아프고도 아름다운 부분이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전투 영화가 아니라 끝나지 않는 싸움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조용히 무너지고 또 어떻게든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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