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 스테이트
- Manager

- 4일 전
- 1분 분량
이 영화는 처음부터 묘한 정적이 흐른다.
세상은 이미 부서져 있는데 그 폐허 속에서 단 한 사람이 묵묵히 걸어가는 장면이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서늘해졌다.
로봇은 기계가 아니라 소녀의 마음을 대신 걸어주는 존재였다
영화를 보면, 로봇은 대사도 적고 표정도 없는 존재인데 이상하게 감정이 있다.
소녀의 뒤를 한 발자국 늦게 따라오고, 때로는 위험에서 보호하려고 반드시 앞에 서고, 말없이 품어주는 듯한 몸짓을 한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로봇을 기계라기보다 소녀가 잃어버린 누군가의 빈자리를 조용히 메워주는 존재처럼 느끼게 됐다.
폐허는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질감이었다
영화의 세계는 황폐하고 텅 비어 있지만, 그 배경이 단순히 무대장치로 느껴지지 않았다.
도시의 잔해, 부서진 도로, 끊겨버린 전선들… 모든 풍경이 마치 소녀의 마음속 상태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과거를 잃어버렸거나 혹은 잃어버렸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세상은 이렇게 보이겠구나 싶었다.
여정은 목적지보다 함께 걸어온 순간들이 더 중요했다
소녀가 누군가를 찾기 위해 길을 걷는다는 건 맞지만 이 영화는 실종된 누군가를 되찾는 이야기보다 그 길을 걸으며 조금씩 자신을 받아들이는 이야기였다.
위험도 있고, 고독도 있고, 때로는 스스로를 버리고 싶어질 만큼 무너지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로봇이 옆에 서 있기만 해도 그 무너짐이 완전히 바닥까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가 전하고 싶은 건 아마 이런 문장일 것이다.
“혼자 걸어가는 것도 용기지만, 함께 걷는 건 더 큰 용기다.”
끝나고 나면 조용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화려한 액션이나 큰 반전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대신, 폐허 속을 걸어가던 소녀의 뒷모습, 그 뒤를 따라 걷던 로봇의 묵직한 발걸음, 말없이 이어지던 동행
이 세 가지가 조용히, 아주 오래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고요가 위로처럼 느껴진다.
일렉트릭 스테이트는 세계의 종말을 다루는 영화가 아니라,마음이 부서진 소녀가 다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여정이었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