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 Manager

- 4일 전
- 1분 분량
기차가 달리는 소리는 평범한 일상의 리듬인데 그 안에 앉아 있는 주인공의 표정은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한 사람의 무게를 품고 있었다.
나는 그 표정 때문에 처음부터 이야기에 빨려 들어갔다.
누가 봐도 멀쩡한 풍경인데 그녀의 눈에는 늘 뭔가가 빠져 있는 듯한 기척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본 건 사건이 아니라, 흠집 난 마음의 렌즈
이 영화의 가장 묘한 점은 어떤 장면이 사실인지, 어떤 감정이 과거의 잔상인지 계속 구분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보통 스릴러는 퍼즐을 맞추는 재미가 있는데 걸 온 더 트레인은 퍼즐 조각 자체가 때로는 젖어 있고, 때로는 휘어져 있고, 어떤 건 아예 모양이 맞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흐릿함이 오히려 주인공의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불완전함이 이 영화의 힘이라고 느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잠깐 언뜻 스쳐 보이는 장면들을 주인공은 너무 오랫동안 붙잡는다.
불편하고 답답한 감정도 결국엔 감정의 단서가 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편안한 순간이 거의 없었다.
주인공의 시선이 계속 삐걱거리고 그녀의 행동도 한 박자씩 비틀려 있어서 “왜 저렇게까지…?”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답답함이 오히려 하나의 깊은 단서가 된다. 그녀는 미스터리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무너진 이유를 이해하려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건의 실체가 중요한 듯 보이면서도 막상 끝에 다다르면 주인공의 감정이 더 큰 중심축이라는 점이다.
끝나는 영화를 뒤로 하고
걸 온 더 트레인은 기차 안에서 본 풍경보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뒤틀리고 공허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꽤 묵직한 감정 스릴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