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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이 영화는 잃음 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상실을 다루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영화가 눈물과 슬픔으로 시작된다면, 데몰리션은 정반대다.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 앞에서도 아무 감정이 없다. 오히려 세상이 멈춰버린 것처럼 덤덤하다. 그게 더 섬뜩하고, 그래서 더 진짜 같았다. 감정이 고장 난 사람 처음엔 이 남자가 냉혈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는 건, 너무 많은 걸 느끼고 있다는 반증 같았다. 그는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오히려 무너뜨려 보려 한다. 이 영화는 이름처럼 해체의 영화다. 관계, 일상, 감정 모든 걸 분해한 뒤에야 비로소 진짜 형태가 보인다. 그는 아내를 잃은 게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렸던 거다. 평범함 속의 구원 이 영화가 좋았던 건, 인위적인 위로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끝까지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멈춰 있던 시간이 조금씩 흐르기 시작한다. 그게 이 영화가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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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일


미 비포 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하지만 잔인했다. 로맨스 영화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행복보다 현실이 더 많았다. 엉뚱한 그녀와 닫힌 세계 주인공은 말 그대로 엉뚱하고 밝았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웃음을 터뜨리고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민망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가 냉소적이고 단단히 닫혀 있던 남자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따뜻해졌다. 마치 차가운 공간 안에 난로가 하나 켜지는 느낌이었다랄까? 웃음 뒤에 숨어 있는 무게 이 영화의 감정선은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다. 서로를 통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예뻤지만, 동시에 그 변화가 오래 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깔려 있었다. 그게 이 영화의 잔인한 진심이었다 영화가 끝났을 때, 눈물은 나지 않았다. 대신 묘한 정적이 남았다. 행복했던 기억이 슬픔으로 변하고, 슬펐던 순간이 결국 위로로 남는 그 감정 그게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었던 사랑의 모양이 아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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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1일


괴물: 에드 게인 이야기
이 드라마는 괴물을 보여주기보다 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범죄 기록을 따라가지 않고,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공백을 집요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보는 내내 피보다 차가운 건 인간의 무관심이라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어둠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에드 게인의 어린 시절부터 차근히 쌓아 올린다. 잔혹한 사건보다 더 무서운 건, 그가 살아온 일상의 고요함이다. 그 침묵이 점점 어둠으로 변해가는 과정은 마치 오래된 집의 벽지가 벗겨지는 걸 보는 듯 서늘했다. 폭력이나 공포보다, 그가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가를 묻는 시선이 중심에 있다. 괴물과 인간의 경계 시리즈가 좋은 건 그를 단순한 악인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광기 속에도 어딘가 인간적인 결핍이 있고 그 결핍이 이해되지 않아서 생긴 왜곡이 있다. 그의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 깃든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감정을 건드린다. 그래서 더 불편하고, 동시에 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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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우먼 인 캐빈 10
이 영화는 초반부터 나를 좀 답답하게 만들었다. 주인공이 처음 등장했을 때, 솔직히 말해서 좀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앞서 나가고, 모든 상황에 끼어들고 때로는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될 일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조금 피곤했다. 그 역할은 당영한거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함을 느꼈다 초반의 산만함, 그러나 점점 잡히는 톤 처음엔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는 전개였다. 등장인물도 많고 분위기도 어딘가 어수선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조금씩 정리를 시작했다. 배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긴장을 만들어내고 인물의 불안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조금씩 집중하게 됐다. 주인공에게서 느낀 모순 주인공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상하게 공감이 갔다. 그녀의 과한 반응은 사실 불안과 외로움의 다른 얼굴이었다. 모든 걸 통제하려는 태도 뒤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처음의 짜증이 조금은 이해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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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캣츠 아이
이 애니메이션은 한 편의 고전적인 향수를 품고 있다. 밤을 무대로 움직이는 세 자매의 이야기는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가족과 신념, 자유에 대한 선언처럼 느껴졌다. 빛과 그림자의 균형 낮에는 평범한 카페, 밤에는 완벽한 작전. 그 두 얼굴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세 자매는 각자 다른 성격과 방식으로 움직이지만, 목표를 향할 때는 하나로 이어진다. 특히 경찰과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도둑과 수사관이라는 명확한 선이 있지만, 그 사이엔 감정이 얽혀 있었다. 쫓고 쫓기는 관계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기묘한 끈이 느껴졌다. 그 감정이 애니메이션에 묘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유쾌함 속의 고독 표면적으로는 경쾌한 도둑 이야기지만, 장면마다 고독이 스며 있다. 그들이 진짜로 찾고 있는 건 그림이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의 기억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캣츠 아이는 도둑의 이야기로 포장된 자유와 가족을 향한 세 자매의 우아한 항해였다. 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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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7일


빌리언 달러 코드
이 드라마는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그 기술 뒤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누군가는 그 아이디어를 빼앗았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누가 이겼는가가 아니라, 그 과정을 버텨낸 사람들의 믿음이었다. 순수한 시작 모든 건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젊은 개발자들은 세상을 새롭게 보여줄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돈도 명예도 아닌, 세상을 이해 시키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그들의 화면에는 지도보다 넓은 꿈이 있었다. 현실과 부딪히는 이상 거대한 기업의 이름 앞에서 그들의 아이디어는 흔들렸고, 그들이 만든 세상은 남의 것이 되어버렸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분노보다 허탈함에 가까운 표정을 짓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게 오히려 더 아프게 다가왔다. 세상을 바꾼다는 건 결국 누가 인정받느냐의 싸움이 되어버린다. 드라마가 던진 질문 세상을 움직이는 건 기술일까, 아니면 그걸 믿는 사람일까? 빌리언 달러 코드는 그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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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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